노르웨이 소녀! 31

제31화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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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 웹툰,웹소설
강사명 입센
수강일수 180일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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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1화 


 들어오세요


 

“사랑은요?"

 "응?"

 "그런 거 아니에요."


 그녀가 슬쓸하게 웃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


 "제 똥 냄새도 좋아한다구요?"

 "응."

 "저도 당신 입 냄새 싫어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오래 못 가요."

 "......!!"

 "더러운 건 더러운 것!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더 많아요."

 "?"

 "사랑이 모자라서 불행한 사람보다, 사랑이 과해서 불행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답니다. 당신은 앞 뒤가 아주 틀려요."


 그녀는 정확하게 후벼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앞 뒤가 틀린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이중 인격자가 아니라 다중 인격자.

 그렇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대답이 이상하게 나갔다.


 “앞 뒤가 같은 사람이 있을까?”

 "나?"

 

 그가 그녀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찻잔을 두 손으로 싸안은 채

 냄새를 맡고 있었다.


 "너무 더워요."

 "옮길까?"


 바라던 바.

 남은 캔을 정비하고

 다시 정갈한 방 안.


 편안하다.

 춥기는 하지만

 서로 사랑하기 좋다.


 "띠꽁?"

 "띠꽁!"

 

 "이런 곳은 어떻게 아셨어요?”

 "여기서 몇 년 살았지.”


 비로소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정말요?” 

 "정말."

 그녀가 동그랗게 눈을 떴다.

 일부러.


 "날 사랑해요?"

 "응?"

 "순간이 아니고?"

 "영원히?"

 "망해도?"

 "그렇게 망하고 싶어."


 그는 말대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양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입술을 들이대며.

 온갖 냄새가 섞였다.


 알코올.

 자스민.

 위장 냄새까지.


 "내가 이 냄새를 잊어버리겠어?"

 "잊지는 못하겠지만? 잊어버리겠지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에?"

 "슬퍼요."

 "왜냐니까?"

 "날 잊어버릴까봐, 슬픔."


 그 슬픔 때문에

 그도 이곳에서 무작정 앉아 있었다.


 명진과 함께 행동하기 위해서였다.

 마니암은 두 개의 요사채가 있었다.


 따로 떨어진 법당과 공양간에 딸린

 작은 방 한 칸.


 명진당과 함께 방을 쓰면서

 따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예불을 보고

 저녁 늦게 잠들 때까지

 공양 시간을 빼놓고는 거의 앉아 있었다.


 팔 다리와 어깨가 무너져내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무섭게 힘든 일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몸뚱아리를 혹사하고 싶었다.

 코가 깨지고 싶었다.


 머리통이 박살나고 싶었다.

 다른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끔.

 세상을 잊고 싶었다.


 그렇게 견딘 세월이었다.

 아들을 잃고.

 

 "사실 알고 있어요."

 "나도 그대가 아는 거, 알고 있어."


 그는 싱긋 웃었다.

 그녀의 얼굴이 자꾸 달아올랐다.


 이상한 일?

 "꼭 안아주세요!"

 "터져!"

 "더 꼭!!"

 "뜨겁다?"

 "좋지 않아요?"

 "좋은 데, 쓸쓸해."


 그는 그녀를 안고

 마구 풍겨대는

 젖냄새를 맡으며

 실내를 살폈다.


 명진은 언제 올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공양칸 실내에 그대로 웅장하게 박혀있는 바위며

 법당 앞에 서 있는 오동나무와 퀘일을 키우던 텃밭.

 

 그 때 같이 소위 용맹정진인가 뭔가를 하던

 땡중 명진이 지금도 상주하고는 있지만

 

 그는 일년중 단 몇 달도 그곳에 있지 않았다.

 항상 바쁜 것이다.

  

 그와 명진이 함께 거처하던 법당 옆방.

 여전히 깨끗했다.


 일체의 가구도 없었고

 특히 라디오나 텔레비젼이 없는 방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었어요."

 "짧지만 이렇게 살자?"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래."

 "당신은 너무 생각이 많아요!"


 그래, 생각을 처단하기 위해

 그와 명진은 TV를 보지 않았다.


 방안에 있는 전기 제품은

 커피포트가 전부였다.


 다만 호사를 부린 것이 있다면

 여러 종류의 차와 다기.

 그리고 각각의 붓이 정렬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벽에 걸린 낡은 가사장삼

 모르긴 몰라도 또 명진은

 사복으로 나들이를 갔을 것이다.


 죽으라고 오지의 산길 들길을 걷는

 명진에게 긴 가사는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바보된대요."

 "난 바보야."


 박하사탕이 이보다 더 향기로울까?

 근원을 알 수 없는 농익은 살 냄새가

 그녀에게서 쏟아져 나왔다.


 후후.

 후후.


 둘이 붙안고 있지만

 차가운 방.

 

 "아까워요."

 "시간이 멈췄으면."


 잠시 그에게서 떨어져나간

 그녀가 마지막 캔을 들었다.

 

 그렇다면?

 아까 보아두었던 것이 있었다.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던 그 술병-

 그는 얼른 그 병을 뜯었다.

 한지로 꽁꽁 싸 맨.


 "이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좋은 술일 거야."

 "예?"

 "명진당은 좋은 술은 꼭 요렇게 숨기거든."


 그녀가 재빨리 술병을 낚아챘다.

 그리고 꼴깍꼴깍.


 "이리 오세요!"

 "흡!"


 자연스러운 둘의 입 박치기.

 그녀의 술이 그에게 넘어왔다.


 "그냥, 두 몸이 한 몸으로 살았으면?"

 "!!!!"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창 밖으로 계속 바람. 

 

“아까 무슨 일이었을까요?”


 그녀가 창밖을 쳐다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졌다.

 그러나 그는 창밖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의 목에 두른 손수건을 보고 있었다.

 조그만 상처도 감추고 싶어하는 여자의 속성.


“처음 봤겠지만 자주 있는 일이야. 또 군복이겠지.”

 "군복?”

 "저쪽 사람이겠지.”

“저쪽 사람이라면 북쪽을 말하는 건가요?”

“아무라도 상관없지만......군인일 거야.”

“군인이 아닐 수도 있지요. 저쪽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그래?”

“내 말이 잘못됐나요?”

“아니.”

“왜 바다에 뛰어들었을까요?"


 그녀의 음성이 떨렸다.

 무엇 때문일까?


 그의 가슴에 안긴 그녀가

 심하게 헐떡였다.


“북쪽 사람."

“왜 북쪽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 일이 많으니까. 아마 이쪽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 처리할 거야.”

“왜요?”

“흐흐흐!”

“아주 남 얘기를 하시는군요.”

“당연히 남 얘기지.”

“사람이 죽었는데두요?”


 그는 끌어 안은

 그녀를 조이며 웃었다.


“떨어진 낙엽이나 한가지지. 이곳에서 죽지는 않았을테니까. 사람 뿐이 아니고 물고기나 물새들 시체도 많이 있어. 사람이 죽었다고 더 의미를 두어야 하나?”

“사람이 새나 물고기와 똑 같단 말인가요?”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다르지도 않아. 여기가 바다로 나가는 제일 끝지점이라 강에서 내려온 성한 시체는 없어. 뻘에 닿기 전에 물고기 밥이 되었거나, 아니면 물살에 쏠렸거나. 이미 생명체가 아니야. 특별히 관심을 둘 일도 아니고.”

 

 그는 비로소

 창밖을 내다보았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나도 줄곧 물에 떠내려온 여자 생각을 했어.”

“실은 나도 그 생각을 했어요.”

“흐흐흐! 아니겠지. 그대는 줄곧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 지금 괜스레 죽은 여자 얘기를 꺼내는 것 뿐."

 "그럼, 내가 무슨 생각?"

 "날 어떻게 잡아먹을까아?"


 그녀가 또 술병을 입에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


 그녀가 전달, 전달.

 연인과의 술은

 이렇게 먹여야 한다.


“심리학을 전공하셨나요?”

“흐흐!”

“어제 그 사람은 옷을 입고 있었지요?”

“옷이 없었으면 사람인 줄도 몰랐겠지.”

“빨간색이었습니까?”

“아니. 노란색.”


 못 본 척해도

 둘 다 보고 있었다.


 처참한 시체.

 그가 그녀의 입술과 혀를 음미하는 사이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을 더듬었다.

 

“아프리카 굶주린 사자는요, 먹을 때 배 터지게 먹어요.”

 "뒷 날을 장담 못하니까."

 "가질 수 있을 때, 마음껏 가지세요오!"

  

 그녀의 말은 간절했다.

 알싸한 이상한 냄새?


 "왜 자꾸 이상한 말을 하지?"

 "저는 언제 날아갈 지 몰라요."

 "알고 있어."

 "몰라요오!!"


 그녀가 휘청거렸다.

 아, 이 술은 세상에서 가장

 독하다고 하는 그 깔바도스.


 명진의 경고를 들었어야 했다.

 그녀는 얼굴과 목, 눈까지 빨갰다.

 

 "후우!"

 "!!"


 그는 그녀를 곱게 안아

 이불이 개어진 벽에 앉혔다.


 "들어오세요!"

 "!!"

 "젖가슴 속으로!"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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